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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그리고 영원한 삶

​조로 수인   l   상디 구미호

woodong @onepiece_ALU

유난히도 밝은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멀리서 들려오는 늑대 울음소리.

곧이어 풍기는 비릿한 피비린내와 함께 보이는 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

그의 발밑 언저리에는 인간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형상이 존재한다.

 

그 산 너머 반대편에는 괴기한 울음소리와 함께 역시나 피비린내가 풍기며 9개가량의 꼬리로 추정되는 것이 달린 인간의 모습을 한 생물. 역시나 그 앞에는 인간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형상이 있었다.

 

날이 밝고 산 아랫마을에서는 큰 사건으로 인해 마을 전체가 들썩였다.

 

“자네 봤나? 간밤에 산짐승에게 물어 뜯겼는지 괴기하게 형체를 못 할 시체를...”

 

“그 장기가 빠진 시체도 있다던 걸? 하루아침에 이게 무슨 일이야.”

 

흉측하게 뭉개졌는지 천으로 덮여있는 시체 2구가 마을 광장에 놓여있다.

 

역병이다. 신의 저주다. 하며 웅성대는 마을 주민들 사이로 이장으로 보이는 근로하신 한 사람이 다가와 주민들에게 오늘 일 입 밖에 내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주며 들어가라고 외치며 광장에서 내보냈다.

 

“신이시여...왜 우리에게 또다시 이런 재앙을 주는 것인가요..”

 

또다시라는 말을 보아 이번이 처음은 아닌듯하다.

 

“이장님... 저.. 혹시... 이거...”

 

옆으로 다가온 청년회장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한다.

 

“다들 밤늦게 산에 가지 말고, 해지거든 빨리 마을로 복귀하고, 당분간은 혼자 다니지 말라고 전해라. 너도 조심하고..”

 

“이장님... 저희가 처치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그들은 신과 같은 존재이다. 우리 마을을 지켜준다고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만. 그들을 처치하려면 특정 도구가 필요하다 들었다. 물론 그 도구는 우리 마을에서는 현재 제작할 능력자가 없기도 하고..”

 

그렇게 청년 화장이 광장에서 멀어지고 모두가 떠난 광장에는 재앙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이장의 간절한 기도 소리만 울려 퍼졌다.

 

 

 

“나 말고 또 있다는 건가?”

 

광장 구석 기둥에서 모습을 보이는 앳된 미소년의 모습을 한 사람이 미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한참을 광장의 시체를 바라보다가 빠르게 산속으로 사라졌다.

 

한기가 드는 느낌에 주변을 돌아보다가 광장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이장의 모습이 보였다.

 

그날 밤.

깊은 산속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이놈의 산은 매일 다니는데 길이 바뀌냐?”

 

이윽고 산 반대편까지 가게 되었다.

 

“음... 스 멜~오늘은 저 사람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을 보고는 요기를 흘리며 다가가 말을 걸었다.

 

“거기 잘생긴 오빠? 여기 어두우면 못 내려가는데? 우리 집 갈래?”

 

“이 산속에 넌 뭐냐? 여기 사는 거냐?”

 

끄덕하고는 길 잃은 자를 끌고 집으로 들어간다.

 

“오빠는 어디서 왔어~? 이름은 뭐야?”

“이름은 조로다. 들러붙지 마라. 잠시 쉬어갈 뿐이다.”

 

“으흥~조로? 이름 멋지네? 난 상디야.”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하곤 주방으로 향해 간단히 만드는 음식에 요기를 흘려 넣으며 왜 홀리지 않는지 갸웃하는 상디였다.

 

“조로 씨~산 넘어오시느라 출출하실 텐데 제가 간단히 차려왔어요~”

“어? 어-고맙다. 혹시 술은 없나?”

 

싱긋 웃으며 찬장에서 술과 잔을 꺼내와 조로 앞에 따라준다.

 

“드세요.”

“고맙다. 그나저나 계속 있을 건가?”

 

전혀 넘어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 조로를 뒤로하고 방에서 나왔다.

넘어오지 않으니 더 오기가 생겨 사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어? 조로 씨 벌써 가시는 건가요~? 더 쉬다 가시지~”

 

어디로 가야 할지 두리번거리는 조로를 보곤 기회다 싶어 얼른 가는 곳을 묻고 길을 알려줬다.

 

“으응~ 같이 가 드릴까요~?”

“필요 없다. 혼자 갈 수 있다.”

 

“어? 어? 그쪽 아니고 반대....”

가던 길을 주춤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반대로 걸어가는 조로의 뒷모습을 보고 언젠간 꼭 홀려 먹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산 너머에 산다는 걸 기억해두는 상디였다.

“이장님!!! 오늘은 소식이 없는 걸 보니 그 재앙이 반복되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아니다.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된다. 시기를 두고 봐야한다. 혹시 모르니 도구 제작이 가능한 마을을 수소문하도록 해라. 물론 이 일이 누구에게도 들어가지 않게 조심히.”

꾸벅 인사를 하고 멀어져 가는 청년회장.

 

제발 그 일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이장.

“여긴가? 오! 여기군”

고작 하루 안 들어온 집이지만 (하루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색함이 가득했다.

텅 빈 집에 앉아 있으니 문득 든 생각.

‘산 반대편은 절대 가지 말아라. 그곳은 예로부터 우리와 적대적이던 구미호 소굴이니라. 홀리면 영영 못 돌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아....”

 

그제야 대대로 내려오던 금기가 생각나 뒤늦은 깨달음을 얻고 아무 일도 없으니 된 거라고 생각하고 못다 잔 잠을 청했다.

 

 

그렇게 날이 저물고 출출해진 찰나. 보름달도 아닌데 이상하게 몸에서 기운이 돌아 날뛰며 인간을 찾다 미쳐 산에서 내려가지 못한 한 사람을 목표물로 정해 달려가 물어뜯었다.

“맛은 그저 그랬지만. 잘 먹었다.”

이미 시체가 된 사람을 툭 던져놓고 입가를 손으로 문질러 닦으며 자리를 뜬다.

산 너머에서는 사냥도 하지 않고 어떻게 조로를 홀려 먹을지 생각에 빠져 밤이 흘러간다.

 

“안 되겠다. 찾아가야지 이렇게 생각만 해서는 해결될 게 아니야. 그 정기 정말 맛있게 보였단 말이지.”

조로와의 첫 만남처럼 아리따운 숙녀로 변신 후 산을 넘어가는 상디.

혹시나 가는 길에 마주칠까 봐 주위를 두리번 하며 길을 걸어 나갔다.

 

‘산 너머는 위험하다. 좋은 정기는 절대. 없으니 절대. 가지 말아라.’

 

거짓말. 이렇게 좋은 정기가 있었는데. 옛말을 믿을 게 못 되는 거야라고 중얼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곳.

자그마한 집 두어 채만 존재하는 그곳은 실로 사람이 있는 곳일까 싶은 장소였다.

“저어......!”

“누구냐!”

 

집밖의 기척을 느낀 조로가 검을 빼 들어 문을 박차고 열며 소리쳤다.

 

“너.. 넌..?

“잠깐!”

인간의 체취가 아닌 다른 향을 서로 느꼈는지 그 자리에서 말없이 한참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10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입을 때는 상디.

“너...! 요괴야? 인간의 체취가 아니잖아. 왜 몰랐던 거지..”

 

“너야말로 변태냐? 그 이상한 여장은 집어치우지? 여기까지 시비 걸러 온 건 아닐 거고 할 일 없으면 돌아가라.”

이상한 여장이라는 소리에 발끈한 상디가 본모습을 드러내며 다가갔다.

“뭐라 그랬냐? 풀떼기처럼 생긴 게? 맛있는 향이 난다고 좀 다가갔더니 뭐? 이상? 여장?”

 

“그 모습이 훨씬 낫다. 발끈하지 마라. 난 네 녀석한테 흥미 없다.”

 

그 모습이 훨씬 낫다는 소리에 발그레해져서 뒷말은 듣지 않고 조로에게 바짝 다가가 말했다.

 

“뭐야~ 이쪽이 취향이었어? 그럼 진작 말하지?”

 

다가온 상디를 흠칫 바라보다가 밀어내고는 관심 없다고 딱 잘라 말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조로였다.

 

“야!! 어디가!! 말 아직 안 끝났거든!!”

 

조로가 들어간 문을 향해 소리치며 쾅쾅거렸다.

 

“시끄럽다.”

 

검을 베어버릴 기세로 휘두르며 나와 상디의 목을 겨누었다.

 

“어? 어! 조로 이건 아니지. 평범한 검도 아닐 거고.. 위험하잖아.”

 

“그러니 좋은 말 할 때 가라. 죽이고 싶지는 않으니.”

 

의미심장한 말에 벙 져 있는 상디를 보고 여긴 위험하니 너의 곳으로 가라고 말하고 검을 집어넣었다.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조로를 바라보고는 싱긋 웃고는 다음에 보자며 손을 흔들고 산속으로 총총 사라지는 상디였다.

 

저 녀석은 뭔가 싶은 표정으로 상디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없어졌어요..!! 우리 아들이 어젯밤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아들!!!”

 

정신없이 자기 아들을 찾는 한 여인.

마을 사람들을 붙잡으며 아들 보지 못 했냐고 묻지만 돌아오는 답은 침묵 뿐이었다.

광장에 다다른 여인은 그곳에 놓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에게서 싸한 기분을 느끼고 다가가 조심스럽게 천을 걷고는 그 자리에서 시신을 끌어안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

 

시신을 끌어안고 흐느끼는 여인의 어깨를 조심히 토닥여주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러가라고 손짓하는 이장.

 

“우리 아들 이렇게 만든 것 제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얘가 어떤 아이인데. 평소 거짓말 하나 안 하던 착한 아들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는 여인을 붙잡고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타이르는 이장을 보고 언제까지 기다리라고 기다리라는 말만 할 겁니까. 우리 아들이 이렇게 되었는데 기다리면 죽은 아들이 돌아옵니까? 라고 소리 지르며 이장의 팔을 뿌리치고 산속으로 달려갔다.

 

“이..장님 두고 보실 건가요? 제가 따라가 보겠습니다.”

 

옆을 지키던 청년회장이 꾸벅 인사를 드리고 여인을 따라 산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거기 멈춰요. 제가 꼭 그것들 잡겠습니다. 그러니 믿어주세요. 아직 낮이라지만 위험합니다.”

 

여인을 뒤쫓아 여인을 붙잡고 이 이상 가시면 위험해진다고 믿어달라고 사정하는 청년회장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믿어보겠다고 알겠다고 하고는 산을 내려가려 몸을 돌렸다.

 

“단. 딱 한 달이에요. 한 달 안에 해결하지 못하시면 그땐 저도 죽은 아들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돌아서 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향해 감사하다고 거듭 꾸벅이는 청년회장.

그때 마을 산책 나온 상디가 그 모습을 보고 역시 저번 일도 이번 일도 그쪽이 한 거구나 생각하고는 기분 좋은 웃음을 뿌리며 사라졌다.

 

 

똑똑-

 

“누구냐?!”

“여전히 성질 있으시네요?”

 

그렇게 마을을 벗어난 상디는 곧장 조로에게 갔다.

역시나 예상했던 반응이었고 반기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에 담담하게 답하고는 들어가도 되냐고 능글거리며 조로네 집 안으로 들어가 집안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음~ 너도 혼자 사는 거 같고. 오래 살 거지? 그러니 여기 있는 거겠지? 그거 알아? 너 그리고 나 우리 공존한다면 상부상조? 가능하다는 거?”

 

“무슨 소리냐 돌려 말하는 거 딱 질색이다. 바로 말하던가 아니면 나가!”

 

“나 너 좋다고 넌 아냐?”

 

직접 말하는 상디의 말에 당황했는지 빨개진 얼굴을 가리며 말을 더듬으며 아니라고 말하는 조로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죽고 싶은 거 아니잖아? 이왕 이렇게 사는 거 영원한 불사의 삶을 노려보는 것도 좋지 않아? 당연히 조건은 있는 거고. 성공만 한다면 인간들이 퇴치한다고 만든 무기? 그런 거 우리 몸에 상처하나 못 내고 어때?”

 

단번에 쏟아내는 말에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상디는 답답해하며 불사의 삶. 이라고 임팩트를 주어 짧게 말을 했더니 그제야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흐응~”

 

조로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말하기를 기다리는 상디.

 

“정신 사납다. 그래서 그 방법이 뭐지?”

 

“여우 구슬. 그리고 너의 간?”

 

여우 구슬이란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들은 기억이 있는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우 구슬 그 구미호들의 생명력 아닌가?”

“잘 아네. 이 여우 구슬 이걸 네가 먹으면 불사가 되는 것이고, 그러면 넌 간을 빼도 목숨이 유지가 되지. 그 간을 내가 먹는 거지. 그럼 나도 불사가 되는 거고. 여기에 조건은...”

 

조건이라는 말에 갸웃거리며 뒷말을 기다렸는데 이미 충족된 거 같으니 생략이라며 궁금증을 유발하듯이 말을 넘겼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이 교환은 보름달 뜨는 날 저녁 11시 32분에 이루어져야 하고 결심한 순간부터 이뤄질 때까지 사냥 및 살육은 금기한다는 게 전해 내려오고. 이를 어겨서 조상들은 한 명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해. 뭐 원치 않다면 어쩔 수 없고..”

 

다음 보름달이 뜨기까지 남은 시간은 20여 일.

그 기간 동안 사냥이 안 된다는 말에 고민하다 자신을 빤히 보는 상디의 모습에 괜스레 더 붉어져 여긴 위험하니 어서 돌아가라고 이른 시일 내에 답을 주겠다고 하곤 보내려 했다.

 

“길치 주제에 어딜 찾아오겠다고. 지금 당장 결정해!”

 

“사냥이 안 된다면 그동안 굶으라는 말이냐?!

 

“인간의 음식을 먹으면 되잖아.”

 

인간의 음식이란 소리에 멈칫하며 그런 걸 먹고살 수는 없다고. 소리치는 조로를 보고 나랑 영원히 같이 안 살고 싶어? 하며 바짝 다가가 얼굴을 맞대고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당황한 조로는 상디를 살짝 밀어내며 뭐하는 짓이냐고 말을 더듬었다.

 

“왜왜?!너도 좋으면서 그러니 어서 결정해.”

“진짜 그 방법 효과 있는 거 맞냐?”

 

어깨를 으쓱이며 한 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으니 잘 모르지만 아마 확실할 거라고 이게 성공한다면 너희 종족이나 우리 종족 둘 다 공존하며 살 수 있지 않냐고 상. 부. 상. 조. 하자고

너만 결정하면 다 끝나는 거라고 조로를 설득해갔다.

 

한참을 생각한 후 알겠다고. 다음 보름달 뜨는 날 밤 11시 산 정상에서 만나자고 하고 이만 가라고 등 떠밀었다.

 

“잠깐! 아직 조건 하나 더 이제 우리 계약은 성립된 거고. 그 기간 동안 서로 좋아한다는 게 증명돼야겠지? 그럼 같이 살아야 하는데....”

 

“뭐? 뭐라고? 같이 산다고? 좋아해? ㅁ..무슨 소리야?”

 

이미 다 끝난 말이라고 솔직히 말해 나 좋아하잖아? 나도 너 처음부터 맘에 들었고라고 말을 시작하면 좋아한다의 정의부터 좋아하는 감정까지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 이르렀다.

그 설명을 듣고 처음 가진 생소한 감정에 이게 무엇인가 했는데 그게 곧 좋아한다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 닳고 끄덕이며 상디의 말에 수긍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단, 조건이 있다. 여기 니 녀석이 살기 위험한 곳이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도록 해라. 필요한 건 내가 구해다 주지.”

 

엷게 미소 지으며 침대로 가 벌러덩 누우며 잘 부탁한다고 하는 상디.

그런 상디를 보고 다가가 위로 이불을 덮어주고는 문을 열고 나간다.

과연 저 녀석을 집에 들이고 잘 지낼 수 있을까. 영원한 삶 그건 좋은 걸까.

저 녀석과 함께라면 좋을 거 같기도 등등의 생각을 하다가 상디의 모습이 떠오르며 미소 짓는 조로였다.

 

 

그렇게 조용히 10여 일이 지나고 마을에서는 언제 사건이 일어났냐는 듯이 평소와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장님 그 부탁하신 무기. 흔쾌히 빌려준 곳이 있어 급히 말도 못 하고 다녀왔습니다. 이게 그 무기라고 합니다. 신성한 기운이 깃들어있다고 조심히 사용하라고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물건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끄덕였다. 이것이면 그것들도 영영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금고로 가져다 놓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이 무기가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그 시기. 그때야말로 확실히 소멸하게 할 수 있으니, 곧 그 시기가 다가올 거 같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강조하며 보던 책을 계속 봤다.

그런 이장의 태도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이상의 희생이 나오는 건 용납할 수 없기에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며칠간 희생이 없었지만 언제 또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 아닙니까? 하며 이장에게 따지고 들었다.

그에 이장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라 는 말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이해 못 할 이장의 태도에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고 방에서 나왔다.

 

 

 

 

“자-이거 맞냐? 더 이상은 안 갈 거다.”

“맞아~고마워.”

상디의 부탁에 산 이곳저곳을 다니며 원하는 걸 전부 가져다주었다.

피곤한지 그대로 기대어 앉아 졸다가 잠이 들었다.

 

순식간에 잠든 조로를 보며 다가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자는 얼굴을 바라봤다.

 

“자는 모습도 멋지네.”

 

자는 조로를 보다가 콕콕 볼을 찌르며 배시시 웃었다.

 

“하지 마라.”

 

깊게 잠든 줄 알았던 조로가 한마디 하자 화들짝 놀라서 조로에게서 떨어졌지만 시선은 그대로 조로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 저리 치워라.”

“왜왜~ 조로는 이 모습이 싫어?”

 

그렇게 말하면서 본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 옆으로 다가간다.

편하게 자지 왜 여기서 이렇게 자는 거냐고 침대 가서 자라고 침대를 가리켰다.

그런 상디를 보며 너나 편히 자라고 하곤 다시 잠에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보름달이 뜨는 날 낮.

 

 

“드디어 오늘이야! 잘할 수 있지? 나 믿지?”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조로.

그 옆에 신나 보이는 표정을 하고는 필요한 걸 준비하는 상디.

 

“가자!”

“뭘 그렇게 주섬주섬 챙긴 거냐? 뭐 많이 복잡한 거냐?”

 

싱긋 웃으며 팔짱을 끼고 산 정상으로 향했다.

오늘 잘 됐으면 좋겠다. 꼭 성공해서 역사에 남자. 영원히 널 보고 싶다. 등의 말을 재잘거리다 보니 정상에 도착했다.

 

의식이라도 하듯 짐승고기들을 늘어놓았다.

 

“뭐하는 거지? 살생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이거 네가 잘 때 마을 가서 사 온 거야 그리고 그 이후. 배고픔에 허덕이게 될 거야. 한동안 많이 못 먹기도 했잖아. 급하게 사냥하러 돌아다니다 마을로 넘어 갈 수도 있으니까 미리 대비하는 거야.”

상디의 행동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에 한마디 한다.

 

“이거 만약에 성공 못 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냐?”

“실패하면? 그건 나야 모르지? 뭐 죽기밖에 더 하겠어?”

 

너무 담담하게 답하는 상디의 말에 할 말을 잃고 벙져서 상디를 바라봤다.

 

 

 

그 시각 마을에서는 전과 다른 비장한 분위기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장님 그날이 오늘.. 인가요?”

 

고개를 끄덕이며 사전의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마을 광장에 자리를 만들었다.

무기에 신성한 기운을 집어넣듯이 제단 위에 무기를 올려두고 간절한 기도를 곁들여 의식을 시작했다.

이장이 하는 의식을 뒤에서 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입을 때는 이장.

 

“이제 모든 의식은 끝이 났습니다. 오늘 밤 그것들과 결판을 내려 합니다. 이 일로 인해 더는 마을에 피해가 없도록 꼭 처리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꾸벅 인사를 하며 광장을 벗어났다. 뒤를 따르는 청년회장과 보좌관 둘.

 

남은 마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성공하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 자리에서 각자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지고 오늘따라 더 탐스러운 보름달이 떴다.

 

 

“조로!! 저 달 봐 우리의 의식이 성공적이길 바라는 듯이 유난히 더 밝지 않아?”

 

상디 앞에서는 이성을 잃고 변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지 눈을 꼭 감고 달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런 조로를 보다 다가가 툭툭 치며 무엇인가를 건넸다.

 

“응? 뭐냐?”

“여우 구슬.”

삼키라고 들이미는 여우 구슬을 보며 조로는 의심의 눈빛을 보냈지만 이내 이게 말했던 의식의 방법이라는 게 생각나 단숨에 삼켰다.

 

“윽..”

 

잠시간의 부작용인지 고통이 왔지만 이내 멈추고 안정을 찾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11시 30분.

 

“조로! 시간 다 되었어 어서!!”

 

조로를 이끌고 달빛이 내리는 바로 아래로 가 마주 보았다.

 

“조금 아플지도 몰라. 하지만 곧 안정될 거니까. 나 믿지?”

 

손톱의 날을 세우고 조로를 향해 겨누었다.

천천히 다가가 상체의 앞에 멈추자 32분임을 알리는 종소리 들렸고, 빠른 속도로 조로의 몸으로 집어넣어 간을 빼내 왔다.

 

“하윽..”

 

한줄기의 신음 후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조로. 그리고 그 앞에서 달빛을 받아 빛이 나는 조로의 간을 한입 베어 물고는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 시각에 마을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결계에 의해 산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이..이장님?”

 

아마도 그들이 무슨 짓을 꾸미는 모양이다라고 중얼거리며 혹시라도 있을 공간을 찾으려 주위를 맴돌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조금의 틈도 없이 막혀 있었다.

 

“오늘이 최적의 날인데 이럴 순 없어 그들도 날을 안 것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건 처음 보는 일인데 무슨 일이 있는 거지?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산에 들어간 자가 있는지 마을로 가서 알아보도록 해라.”

 

이장의 말에 보좌관 한 명이 고개를 숙이며 곧장 마을로 향했다.

 

 

의식이 종료되고 정신을 잃은 조로와 그 앞에서 조로를 바라보며 입가를 쓱 닦는 상디.

 

조로가 깨기를 기다리며 그 앞에 놓인 소의 간을 하나 들어 베어 물었다.

뭔가 가뿐해진 기분에 주위를 사뿐거렸다.

 

“으응...”

“깼어? 기분은?”

 

뒤척이다 눈을 뜨는 조로를 보고 다가가 말을 거는 상디,

자신의 상체를 쓰다듬으며 허한 기분에 앞에 놓은 고기를 잡아 뜯는다.

 

“생각보다 이상하지는 않네. 성공한 건 맞냐?”

 

고기를 우물거리며 말을 건넸다.

일단 둘 다 살아있는 거 보면 성공한 거 같다고 답하며 서로를 빤히 바라봤다.

 

“이제 어디 확인 해 볼만한 게.. 있으려나~”

 

 

그때였다. 결계가 풀렸는지 산 아래에서 사람들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와.”

 

잘 되었을 거로 생각하지만 긴장한 상태로 그들이 다가오기를 숨죽여 기다렸다.

 

 

산 정상으로 오른 이장과 보좌관들은 자신들을 보고 있는 두 요과를 보며 긴장된 표정으로 무기를 바로 잡고 달려가 사정없이 베고 찔렀다.

 

“어? 어이- 괜찮은 거 맞지.”

 

달려드는 사람들에게는 관심 없다는 듯이 베인 흔적이 금방 사라지는 걸 보며 상디에게 말을 걸었다. 상디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처가 금방 사라지는 걸 보고 신기해했다.

 

전혀 효과가 없는 둘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부리나케 자리를 뜨려 했지만. 보름달 전까지 굶주려있던 둘에게는 싱싱한 식량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냉큼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그리고 그사이에 살아남은 한 명.

사태파악을 한 후 후다닥 산 아래로 달려 사라졌다.

 

“쳇 아쉽군.”

 

딱히 쫓을 생각은 안 하는 둘이었다.

 

“아까 저 무기 책에서 본 거 같아 저기에 우리 선조들이 전부 당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우리 멀쩡한 거 보면 성공한 거 같은데?”

 

서로를 마주 보다가 배시시 웃으며 그럼 최초의 영생을 얻은 건가 싶은 마음과 평생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마음이 섞여 서로를 마주 봤다.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내 사랑.”

“나도 잘 부탁한다. 여우.”

“여우 아니라고! 구. 미. 호! 다른 존재라고! 늑대 자식.”

 

그렇게 영생을 얻은 둘은 그 뒤 별다른 허기짐도 느끼지 못하여 허할 때 한 번씩 사냥하였고 산 아랫마을 사람들도 그저 우리 마을을 지켜주는 존재로 여기며 그 정도는 마을을 위한 제물이라 생각하고 지내었다.

 

종족의 차이인지 성격의 차이인지 자주 티격태격하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 그 산을 지키며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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